**"오늘도 나의 퇴근길은 자유행"** 오늘도 6시 5분, 모니터를 끄자마자 시작되는 나만의 자유여행이다. 탕비실에서 몰래 타 온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매일 타는 엘리베이터지만, 퇴근길의 하강은 묘하게도 설렌다. 마치 어린 시절 놀이기구를 타던 그 떨림처럼.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 이어폰을 꺼내 플레이리스트를 켠다. 오늘의 선곡은 80년대 시티팝. 야근하는 동료들의 모습이 보이는 사무실 불빛과 거리의 네온사인이 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옛날 일본 영화의 한 장면이 된 것 같다. 매일 걷는 이 길이, 음악 한 곡으로 전혀 다른 세계가 된다. 지하철에서는 항상 끝칸 맨 앞자리다. 그곳은 나만의 영화관이자 도서관이다. 오늘은 밀린 웹소설을 읽기로 한다. 스마트폰 속 주인공들은 내가 하지 못하는 멋진 대사들을 내뱉고, 하지 못할 행동들을 해준다. 매일 보는 소설이지만, 오늘따라 유독 다르게 읽힌다. 아마도 오늘 과장님의 면박이 주인공의 복수극과 오버랩 되어서일까.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는 내일의 옷차림을 고른다. 빨간 넥타이를 매고 검은 정장을 입은 모습을 상상하다가, 문득 웃음이 난다. 내일은 금요일, 캐주얼 데이니까. 청바지에 흰 셔츠를 골라본다. 작은 반항이지만, 이런 선택의 순간들이 나를 숨쉬게 한다. 집 앞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 캔을 산다. 오늘은 크래프트 비어로 贅沢(제이탁)을 부려본다. 집에 도착해서 베란다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별을 본다. 수많은 퇴근길 중 하나지만, 오늘따라 별이 유독 반짝인다. 아니, 어쩌면 매일 이렇게 반짝였는지도 모른다. 회사에서는 팀원이고, 집에서는 아들이고, 누군가의 친구이지만, 이 퇴근길에서 만큼은 그저 '나'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작은 反轉(반전)들로 가득한 시간. 타인의 시선으로 재단되지 않는 순간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퇴근길이 좋다. 스마트폰 속 플레이리스트를 다시 켠다. 내일도 비슷한 하루가 시작되겠지만, 또 다른 퇴근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