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집이 그리운 마음
창밖으로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문득 서울의 봄이 그리워졌다. 여기 이국땅의 봄도 아름답지만, 왠지 모르게 허전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친구들과 한강변을 거닐며 도시락을 먹던 그 설렘이, 지하철역에서 풍기던 호떡 냄새가, 퇴근길에 즐겨 들리던 분식집의 떡볶이 향이 자꾸만 떠오른다.
특히 저녁이면 더욱 그리워진다. 엄마가 끓여주시던 된장찌개 냄새, 김치찌개의 얼큰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 혼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티비를 보는 날이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간들이 그립다. 김장철이면 온 동네가 김치 냄새로 가득했던 그 정겨움도 떠오른다.
설날이나 추석이 다가오면 그리움은 더욱 짙어진다. 할머니 댁에 모여 송편을 빚고, 떡국을 끓이고, 조카들의 재잘거림을 들으며 보냈던 그 시간들. 지금은 영상통화로나마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어 다행이지만, 그래도 직접 안아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주말 저녁이면 가끔 유튜브로 옛날 예능을 찾아본다. '무한도전'이나 '1박 2일'을 보면서 웃다가도, 문득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있다. 그때는 몰랐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이, 길거리의 소음도, 지하철의 북적거림도, 심지어 등굣길의 찌릿한 추위도 이토록 그리워질 줄은.
가끔 한인마트에 가서 라면과 김치를 사온다. 비싼 가격에 망설이다가도, 결국엔 카트에 담게 된다. 집에 와서 끓여먹는 라면 한 그릇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모니터 속 한국 드라마를 보며 김치를 아껴 먹는다. 이런 작은 위안으로 향수병을 달래본다.
어제는 꿈에서 우리 동네가 나왔다. 아파트 놀이터, 학교 앞 문구점, 시장 골목의 호프집들까지. 꿈에서 깨어나 아쉬워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렇게 그리워할 수 있다는 건, 내가 얼마나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이 그리움을 소중히 품어본다. 언젠가 다시 그 익숙한 거리를 걸으며, 지금의 이 그리움을 떠올릴 날이 올 테니까. 그때까지 이 향수는 내 마음 한켠에서, 고향의 정취처럼 잔잔히 머물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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