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앉아 커피 잔을 매만지며 창밖을 바라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마치 끝없이 펼쳐진 바다처럼 푸르기만 합니다. 아침마다 보는 이 풍경이 오늘따라 더욱 아득하게 느껴지네요.
언젠가부터 마음 한켠에 자리 잡은 이 설렘과 갈망. 독일어로 '페른베'라고 부르는 이 감정은 제가 아직 가보지 못한 그곳을 향한 그리움이에요. 지도 위에서만 보았던 도시들, 책에서만 읽었던 풍경들, 상상 속에서만 그려보았던 그곳의 공기와 향기가 자꾸만 저를 부르는 것 같아요.
때로는 아침에 눈을 뜨면 낯선 도시의 골목길을 거닐고 있는 제 모습을 상상해보곤 합니다.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 카페에서 풍겨 나오는 갓 구운 빵 냄새, 서로 다른 언어가 뒤섞인 거리의 소음까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그 순간들이 제 가슴 한켠에서 잔잔한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어요.
어제는 우연히 서점에서 북유럽 여행 에세이를 발견했어요. 책장을 넘기다 보니 노르웨이의 피오르드, 아이슬란드의 오로라, 스웨덴의 숲속 오두막들이 제 상상 속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더군요. 그 곳의 차가운 공기, 바다 내음,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지평선까지... 모든 것이 제게는 신비로운 동화 같았어요.
저는 가끔 일기장에 가보고 싶은 곳들의 이름을 적어두곤 합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토스카나의 포도밭, 프로방스의 라벤더 밭, 네팔의 히말라야... 이름을 쓰다 보면 마치 그곳에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창 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일상적인 풍경이 순간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죠.
여행이란 게 꼭 멀리 떠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겠죠. 하지만 저는 알아요. 제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이 'fernweh'라는 감정이, 결국 저를 그곳으로 이끌어줄 거라는 걸. 언젠가 이 그리움이 현실이 되어 제 앞에 펼쳐질 그날을, 저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답니다.
밤이면 종종 구글 어스를 켜고 지구본을 돌려보곤 해요. 화면 속 파란 바다와 초록빛 대륙을 보고 있으면, 이 넓은 세상의 어딘가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그 순간들이 궁금해집니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요? 어떤 음식을 맛보게 될까요? 어떤 풍경이 제 마음을 설레게 할까요?
창밖으로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보며, 오늘도 저는 아직 만나지 못한 그곳을 꿈꿉니다. 그리고 그 꿈이 현실이 될 때까지, 이 달콤한 그리움을 조금 더 간직해보려 해요. 언젠가 제가 꿈꾸던 그곳에 서게 될 때, 지금의 이 설렘과 그리움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되겠죠.
오늘도 저는 창가에 앉아, 멀리 있는 그곳을 향한 마음을 담아 커피를 한 모금 마십니다. 쌉싸름한 커피 향이 공기 중에 퍼지면서, 어디선가 불어오는 먼 곳의 바람 같은 그리움이 제 마음을 살며시 어루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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