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위로
오늘도 나는 혼자 드라마를 봅니다. 새벽 두 시, 모두가 잠든 시간. 조용한 방 안에서 노트북 화면만이 은은히 빛나고 있죠. 이런 시간이 참 좋아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마음껏 울 수 있으니까요.
친구들은 제가 드라마를 볼 때마다 우는 걸 이해하지 못해요. "뻔한 스토리잖아." "어차피 해피엔딩일 텐데 뭐." 하면서요. 하지만 저는 알아요. 이 눈물이 얼마나 달콤한 위로가 되는지.
드라마 속 주인공이 울 때면 저도 따라 웁니다. 그들의 아픔이 마치 제 아픔처럼 느껴지거든요. 때론 주인공보다 더 서럽게 울기도 해요. 그럴 때면 제 마음 속에 쌓여있던 것들이 하나둘 녹아내리는 것 같아요.
어제는 말기 암 환자와 의사의 이야기를 봤어요. 의사가 환자에게 건넨 "수고했어요"라는 말에 저는 또 눈물을 쏟고 말았죠. 그 말이 단순히 드라마 속 대사가 아니라, 지친 제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처럼 들렸거든요.
티슈 한 장, 또 한 장... 눈물을 닦다 보면 마음도 조금씩 가벼워져요. 드라마 속 인물들은 제가 혼자 견뎌내던 감정들을 대신 울어주는 것 같아요. 그들의 울음을 통해 저는 위로받고, 치유받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어요.
친구들은 제가 너무 감성적이라고 해요. 허구의 이야기에 왜 그렇게 몰입하냐고도 하죠. 하지만 저는 압니다. 이 눈물이 제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때로는 드라마 속 누군가의 아픔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는 것이, 가장 솔직한 자기 치유가 될 수 있다는 걸.
밤이 깊어갈수록 드라마는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제 눈물도 더욱 깊어져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울면 울수록 마음이 편안해져요. 마치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마음의 먼지를 씻어내는 것처럼.
이제 곧 아침이 올 거예요. 저는 붉어진 눈을 감추며 평소처럼 회사에 갈 거고, 아무도 모를 거예요. 제가 어젯밤 누군가의 인생을 함께 울어주었다는 걸. 그리고 그 눈물을 통해 저 자신도 조금은 성장했다는 걸.
드라마가 끝나갈 때쯤, 저는 마지막 티슈를 꺼내며 생각해요.
"오늘도 수고했어, 우리."
그리고 내일은, 또 다른 이야기가 제 눈물을 기다리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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